닭고기를 좋아한다. 근데 1년전인가부터 닭고기 먹기가 힘들어졌다.
컨설팅을 하면서 형님이 가끔씩 잡아주는 닭고기 맛에 길들여져 이제 그 닭이 아니면 다른 닭은 먹지 못하게 되버린것이다.
사실, 닭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라고 생각했다.
근데 거기서 거기가 아니였다. 식감에 둔한 나도 너무 큰 차이를 느꼈다. 일단, 시중에서 파는 닭은 엉덩이살이나 가슴살이 카스테라 빵처럼 푸석푸석하다. 전체적으로 기름기도 많고, 무엇보다 고소해야 할 닭 껍질이 느끼하고 비릿하다. 무슨 고기든 껍질이 맛있어야 진짜 맛이 좋은것이다.
가격은 싸다. 예전 군부대 식당을 운영할 때 통닭용 닭을 도매로 받은적이 있는데 그때 600g 정도에 2천500원에서 3천원 사이였다. 1.2kg 백숙용 닭도 도매가 기준 6천원 정도였고 지금 마트에서 8~9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싸다고 꾸역꾸역 먹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걸 알아버렸고, 입맛도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시중에서 간편하게 사먹는 닭은 KG라는 철장 안에서 키우는 닭들이다. 병아리때부터 그 좁은 철장에 갇혀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공간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살이 빠지기 때문에) 오로지 살을 찌우기 위해 밤낮 (막사는 밤에도 불을 켜놓는다) 먹기만 한다. 그렇게 알에서 부화해 1.2kg 이상 육계용 닭이 되는 기간까지 34일정도가 걸린다. 그 작은 병아리가 단 34일만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닭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키운닭이 맛이 좋을리 만무하다. 닭요리도 더 진한 양념으로 버무려질뿐이다.
닭 공장이란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이건 마치 슬리퍼 공장에서 슬리퍼를 찍어내듯 닭을 찍어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99.9%에 가까운 닭들이 이렇게 판매. 소비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젊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출연해 공장형 양계장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다룬적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자마자 전 영국 양계 업계는 기존 방식의 공장형 방식으로 키운 닭 소비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고, 영국 전역의 양계농가는 줄도산을 맞이했다.
영국 소비자들의 주장은 간단했다. 행복하게 길러진 정상적인 닭을 키우고 팔라고!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나라도 이런 프로가 방영되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어렵다.
예전 어느 고발 프로그램에 싸구려 치즈를 피자에 사용한다고 나온적이 있었다. 그때 그쪽 시장을 떠난 어느 사장님 인터뷰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아무리 좋은 유기농 치즈를 쓰면 뭐합니까?!, 사람들이 비싸다고 찾질 않는데.. 계란으로 바위치기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닭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단 시중에서 유통되는 닭 한마리의 가격이 너무 싸다. 물론 대형 유통 업체 기준에서다. 만약 어느 농장에서 동물복지에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넓은 공간, 좋은 사료, 좋은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키웠다고 치자. 좋긴하겠지만 당연히 생산 원가가 비교도 안될만큼 높아진다. 때문에 시장에서도 두세배 가격으로 팔아야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그 비싼 생산 단가에 맞춰 누가 팔아 줄 것이며, 또 누가 사먹을것인가?
결국 키운 사람이 모든걸 떠 안아야 한다. 닭 키우기도 바쁜데 혼자 영업 하고, 혼자 홍보 하고, 혼자 시장을 설득 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닭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닭을 팔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결과가 뻔히 보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몇 백년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푸석푸석한 정크푸드를 뜯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아쉽고 또 불쌍해보이지만 구조가 이런 걸 어쩌란 말인가!
개인이 바꿀 수 있는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 그냥 내 가족과 내 아는 사람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인것이다.
이 바쁜 현대사회에 생면부지 남까지 챙겨가면서 '온갖 싫은소리, 불신에 찬 날카로운 소릴 다 들어가며' 그들을 설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잘해도 본전이다. 그냥 그 사람들은 그걸 먹으면 되고, 나는 이걸 먹으면 되는거다.
이제 초복이다.
사람들은 삼계탕집으로 향할 것이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슬리퍼 닭을 먹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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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서울에서 블로거 가족 '
연수네'가 여름 휴가차 남도에 왔는데 마땅히 대접할 것도 없고 해서 얼마전에 하늘과 계란 형님이 주신 닭 한마리를 냉동실에서 꺼내 어설픈 실력으로 백숙을 해봤다. 초복이 다음주라 나름 의미도 있는것 같고..
사실 재료가 좋으면 요리가 별로 필요 없다. 그냥 물로 씻고, 이것저것 대충 넣고 압력 밥솥에 넣고 쪄도 입에서 감탄사가 "아~" 하고 나올정도로 맛이 좋다.
최근까지 고기장사를 2년 넘게 해오면서 한가지 느낀건 고기가 나쁠수록 양념이 짙게 밴다는 것이다. 사실 좋은 고기는 양념이 필요 없다.
그럼 초간단 백숙 레시피를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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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닭을 찬물에 씻는다.
2. 전기 압력밥솥이나 냄비에 삼계탕 기본 재료 (황기, 인삼, 대추, 마늘 등)를 넣고 물을 닭이 잠길쯤 붓는다. 기호에 따라 나중에 죽을 드실요량이면 찹쌀, 녹두등을 뱃속에 넣고 함께 끓여주면 된다.
3. 약 1시간 정도 만능찜이나 중불에 끓여준다.
4. 이제 접시에 담는다.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는 2살난 연수도 이날 닭 반마리는 혼자 해치운 것 같다. 연수 엄마 아빠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