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대략 1년만인가....
몇년 전, 이 친구가 '신입 사원'으로 뽑혀 그 회사 출장.. 아니, 시장 개척 명령에 따라 아프리카로 가게 되었다. 1년의 기한을 가지고, 그 머나먼 길을 달랑 가방 하나 메고 말이다.
그 때 이 친구 사귀는 여자가 여럿 있었는데..
하나 같이 아프리카에 가서 같이 살자고, 결혼하자고 했더니 모두 거절하더라는 것이다.
음...아메리카라면 서로 가려고 했을텐데 한글자 차이로 "프"와 "메" 이렇게 다른가?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과 마사이족, 끝 없는 지평선, 뜨거운 열기.. 현실은 그렇지 않겠지만 참 부러워 했다. 이 답답하고 좁은 곳을 떠나 저 멀리 미지의 땅을 찾아간다는게 인생에서 한번 쯤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못해 본 것에 대한 무한한 상상이었겠지만..
아프리카 가는데 거의 일주일 걸렸다고 한다.
암스텔담에서 하루정도 기다리다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까지.. 근데 아프리카 지방 공항 정말 웃긴다고... 우리나라 시골 정류장처럼 생겨서 사람 다 찰 때까지 비행기 안 뜬다고 한다. 시간은 당근 안지키고, 어쩔 땐 하루종일 기다리기 까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낡디 낡은 프로펠라 비행기 날개 아래에 담요 깔아놓고 한 잠 늘어지게 자다보니 드디어 출발한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비행기에 올라타고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이거 너무 더운게 아닌가..
강렬한 햇빛에 비행기가 너무 오랫동안 노출 되서인지 땀이 계속 나길래.. 스튜어디스에게 에어컨 틀어달라고 했더니 하는 말
"연료가 모자라서 에어컨 못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엄청 추워지더란다.
버스는 연료 없으면 가다 서기라도 하지..비행기는?? -_-;;
그러나 이 친구가 아프리카에 도착하고 나서 한달 후에 회사는 부도 나고 해체 되는 바람에 이 친구는 돈 한푼 받질 못하고 그 먼 곳에 그냥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손에 쥔 거라곤 여권 한장과 섬유 sample 몇장 뿐..
주위엔 자신과 틀린 생활 방식과 먹거리들, 하이애나를 애완견으로 기르는 새까만 사람들.. 어떻게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갑자기 불안이 언습해 왔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하이애나 길 들이는 아프리카 (출처 : Pieter Hugo Photography) 우선 돈은 떨어져 가지, 술 마시고 싶어도 같이 먹어 줄 사람도 없고, 극장에 가고 싶어도 이 친군 영어도 잘 못하는데 대사는 영어, 더구나 자막은 불어 무슨 무성 영화 보러간 것도 아니고, 결국 홍콩 영화 봤단다. 고딩 때 본 영웅본색 비스므리한거....
그래도 같은 아시아 영화라 정서적으로 잘 이해가 됐다고 하는데.. 물어보니 스토리는 전혀 모른다. 이런 놈을 해외 출장을 보냈으니 회사가 당연히 부도가 나지..-_-;;
당시 수신자 부담 전화 무쟈게 왔었다. 해외전화, 위성전화, 받기 싫어도 이 넘 자살할까봐 몇 십만원 나오는 전화요금 통지서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새벽 녘..단잠을 자다 급작스레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깜짝 깜짝 깨던 일...지금도 이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 친구는 거기서 오로지 살아남아야 겠다는, 꼭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밖엔 나지가 않더란다. 아시다시피 몇몇 나라를 제외하곤 아프리카는 내전이 심한 곳이다. 모든 상권과 수출입 업무는 거의 프랑스계나 영국계가 차지하고 있으니 이들을 상대로 말 그대로 맨 몸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친구는 외국어 전혀 못한다. 진짜로 온 몸어택으로 돈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결국 그 긴 여정을 끝내고 1년 뒤 이 친구는 돌아왔다.
새까만 피부.. 정말 웃는데 이빨 밖엔 안보인다. 살짝 벗겨진 머리.. 이 친구 말로는 뜨거운 태양 열기 때문이라는데..원래 좀 벗겨졌었다. 다 닳은 신발 하나 달랑 신고서
"TV에 나오던 동물의 왕국 사자,기린, 하나도 못 봤다아~" 라고 하면서..
그러나 웃고 있었다. 헤벌쭉... 그 예전에 보이지 않던 자신감과 남자만의 기가 느껴졌다. 그 곳에 가기 전의 그가 아니었다. 허약한 남자가 아니었다.
지금 그 친구는 그때의 경험을 밑천으로 섬유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사실 지금 경기가 별로라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그래도 웃으며 해내고 있다. 이 친구 말로는 한번 대박 터지면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도 옷장사를 해봐서 이 친구가 하는 섬유 원단 보니깐 아프리카 애덜 수준 정말 안습이다.
시골 아줌마도 촌스러워 안 입을 그런 원단, 식탁보 같은 원단, 커텐같은 원단 이런걸로 옷을 해 입는다니... 와이셔츠에 용 그려져 있고, 넥타이에 미키마우스, 원더우먼.. 흑인 애덜은 이런거 참 좋아한다고 한다.
암튼 잘되길 바랄 뿐이다. 거 누가 사갈지....
아프리카 패션 물론, 나라마다 다르다. -_-a 결론은 그래도 난 이 친구가 부럽다.
비록 올 한해 운이 안 좋아 공장 직원들 디자인 도용으로 애꿎게 경제 사범으로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하고 , 음주운전 하다가 면허도 취소 당하고, 잠시 만난 여자에게 사기(?) 당해 카드 빚을 엄청나게 껴안았던... 가까이 있으면 재수 옴 붙을까 두렵기만 한 녀석이지만...
아직도 마트에서 경품으로 탄 반찬통을 이 친구와 반반씩 나누고 있다. 우리가 고딩 때 십 몇년 후
"너와 내가 반찬통을 나누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라고 낄낄대며 웃지만, 내 평생 교도소 앞에서 두부 들고 처량히 서 있으리란 생각을 해보진 못 했었지만 이 친구 때문에 희망이라는 잡히지 않는 환상을 본 것이다.
아마 내년에는 올해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다만 무엇이 그를 변하게 만들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아프리카 잠만 기둘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