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원어위크에 개인적으로 운영중인 도참 돼지고기를 판매했다.
4일동안 올린 총 매출은 5천만원이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많이 팔려봐야 천만원 안팎이라고 생각했다.
more..
그도 그럴것이 1주일 내내 진행한 것도 아니고, 우리 앞에 월,화,수 3일 동안 오삼불고기라는 상품이 먼저 판매 되었고, 목,금,토,일 4일 동안 판매를 했기 때문이다.
담당 MD는 위크는 특성상 목,금,토 후반으로 갈수록 매출이 떨어진다고 했다. 원어위크 고객들의 특성상 객단가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래서 큰 기대는 없었다. 기대가 없다보니 준비도 대략 그 주문량과 금액에 맞춰 하는 정도였다.
목요일 자정이 되었고 12시부터 판매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달리기 시작한 댓글이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판매리포터를 보니 판매도 심상치 않게 되는것 같았다. 새벽 두시가 넘어가는 시점에 700만원을 돌파했다는 MD의 연락을 받았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부자재나 물량이 부족할거라고 판단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었다.
오전 10시에 1차 주문량이 원어데이에서 넘어왔다. 밤 사이 쌓인 주문액수는 1천4백만원을 넘어섰다. 이미 예상했던 4일치 물량을 넘어버렸다. 나름 넉넉하게 준비했던 아이스 박스, 아이스 팩, 진공필름지, 스티커 등이 첫날에 동이 날 판이었다. 사실 아이스박스나 진공필름지 같은 공산품들은 어떻게든 구해올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고기는 생물이라는 특성상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찍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돼지를 도축하고, 1차 가공하고, 2차 세절 포장해야 하는 과정이 공산품처럼 주문을 넣는다고해서 지금 당장 찍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최소 1박2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에 없던 항정살, 가브리살 주문이 폭주했다. 항정살 가브리살은 돼지 특수부위로 돼지 한마리에 대략 300g~400g 정도의 적은 양 밖에 나오지 않았고, 손질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양을 구비하기에 어려운점이 많았다.
목요일 오후 2시에 2차로 넘어온 주문서는 1차에 비해 거의 두배에 달했다. 오후 2시까지 넘어온 주문서는 당일 배송을 해야 했다. 이건 고객들과의 약속이고, 원어위크와의 계약이었다. 택배 시간은 6시로 정해져 있고, 약 4시간동안 이 엄청나고 많은 일들을 모두 처리해야만 했다. 눈 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눈 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하나 서 있는것 같았다.
고기를 일일이 손질하고, 포장하는 일은 애초에 그만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단 한건의 주문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십분도 넘게 걸린다. 4시간동안 이 많은 물량을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일일히 맞춰 포장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후 6시가 되었다.
우체국 택배차가 왔다. 그때까지 포장한 상품갯수는 백 몇개에 불과했다. 어떻게든 이거라도 보내야 했다. 상품을 하나라도 더 포장하기 위해 심장이 터질듯 뛰어다녔다. 내 생애 그렇게 죽을듯이 뛰어 다닌적은 없었으리라..
온몸의 세포들이 어떤 에너지에 바삭바삭 구워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내 몸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단 10분만... 아니 단 1분만이라도
간이 절여지도록 간절히 바랬던 적이 살면서 몇번이나 있었을까?
결국 그날 서울 올라가는 마지막 택배사를 밤 10시에 잡아 목요일 낮 2시까지 들어온 물량을 여나므게 빼고 전부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신없이 첫날 배송이 모두 끝나고 나서 3분정도 정신차리고 한번 돌아보니 지금까지 준비했던 모든 포장 부자재와 고기 물량이 남은게 하나도 없었다. 당장 내일 금요일 주문 들어온걸 보내야 하는데 눈을 뜨고 있었도 적막한 이 새벽에 어디가서 뭘 어떻게 구해와야 한단 말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주문을 받아버린 항정살과 가브리살이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돼지 한마리에 300~400g 밖에 나오지 않는것들인데 주문량을 맞추려면 돼지 한 4천마리는 잡아야 했다. 말이 4천마리지 왠만한 광역시에서 하루 소모되는 돼지 총 량이 천마리에 불과하다는 걸 비교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문제는 돼지 한마리에 항정살과 가브리살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전체 0.5%도 차지하지 않는 부위때문에 나머지 99.5%를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몇천이 나올지 몇억이 나올지 모를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고객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먼저였다. 이건 내 개인적인 어떤 철학이나 가치관에 기인하는 문제가 아니라.."금요일에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먹을 즐거운 마음으로 목요일에 주문한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매우 상식적인 문제였다.
이것이 내 간을 절이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었다. 단 한사람의 돈을 크게 받은게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있는 작은 돈을 받고 수백 수천명의 심각하고 작은 소리가 나의 간을 절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세상의 모든 쇼핑몰 운영자들은 위대하다.
어느새 금요일 새벽 5시가 되었다.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에 있는 항정살과 가브리살을 찾기 시작했다. 1초라도 딴 생각할 틈이 없었다. 내 눈엔 오로지 항정 가브리살 밖에 안보였다. 만약 이걸 못 구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어떤 절망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항정 가브리가 주문에 거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부위가 없으면 배송은 다음주로 넘어가게 되고, 내일을 기대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못할짓을 하게 된것이고, 그 많은 사람들의 실망으로 앞으로 두번다시 쇼핑몰이라는 것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오로지 그 마음 하나로 뛰어다녔다. 짧은 시간 급하게 구하다보니 판매가보다 비싸게 매입을 시작했다.
새벽 아침 정신 없는 사무실 한켠엔 만삭의 집사람이 뜬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 말로는 내일 모래가 예정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두고 들어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집사람이 없으면 나는 이 상황을 포기할것만 같았다. 포기하는 순간 이건 끝이다. 어떤 답도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끝이다. 집사람은 수백개에 달하는 원어위크 댓글을 모두 달았고, 일일이 고객들에게 전화해 문제들을 처리해 나갔다.
원어위크 상품톡을 가시덤불에서 꽃밭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금요일 오전 10시.
3차 발주가 들어왔다. 주문서가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했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리고, 작업장에는 더 많은 인력들이 투입되었다. 주문량과 시간을 맞추기 위해 땀흘릴 시간조차 아까웠다. 인력이 부족해 일용직 근로자까지 투입해 일을 시켰다.
자잘하게 신경쓸 것이 너무 많았다. 아이스팩 하나 얼리는 것에서부터 수많은 인력들의 식사문제.. 사은품으로 주기로 한 새송이 버섯 결제까지.. 하나하나 처리하기에 너무 자질구레하고 너무 큰 것까지...
정신이 혼미해지고, 유체이탈(?)이 시작될즘 해서 금요일 배송까지 끝났다. 주말엔 비행기로 가는 당일 배송과 휴일에도 배송이 되는 특급배송까지 활용해 끝내 배송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 어쨌든 배송은 이번주 화요일까지 계속 되었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마무리되기 시작했다.
긴장이 탁 풀리고 의자에 앉으니.. 문득 그때까지 나는 58시간을 깨어 있었고, 몇 십톤에 달하는 고기를 들어 올렸고, 반바가지 넘는 땀을 흘렸으며 포카리스웨트 한컵만 먹고 3일 밤낮을 뛰어다녔다는 것과 너무나 뛰어다녀서 무릎 연골이 무뎌져 쓰라리게 아프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
쇼핑몰에서 실제로 물건을 판다는 것은 철저한 준비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모든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아닌 다음에는 대부분의 쇼핑몰 운영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매듭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아주 조촐한 시도인 것이다.
그래서 쇼핑몰에서 입으로 나불거리는 것은 사실상 아무짝에 소용없다는 것이고, 시간 낭비인 것이다. 만약 몇 마디의 말들로 산적한 문제들과 당면한 부조화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런 글 따위는 쓰지 않았을것이다.
--
"이 글은 웹 2.0 쇼핑몰 숄류션 X2soft 팀블로그에 동시에 연재된 글입니다. -by mepay"
Posted by me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