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물주는 타이밍의 시기적절함을 파악한다면, 농산물의 가격저평가가 오겠고, 그 다음엔 재배농가의 몰락이 뒤따르고 결국 거대자본을 형성한 부농이 탄생하고 부농은 시장을 장악하고, 장악된 시장은 품종을 선택하고 결국 소비자는 다시 그 자리겠지만! 모두 세상사는 이치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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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60%이상 오른 사료값을 대지 못해 산지에선 소가 굶어 죽는다. 하지만 정작 도시에서 소고기를 사먹는 사람들은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중간 유통상인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해 이 사단이 난 것처럼 그들의 목을 단두대에 올려놓았다.
부화뇌동! 중간 유통업자들의 목을 잘라야 한다며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든다. 파렴치한 그들의 목이 기어코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중간 유통상인들을 빼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확대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은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 단 한번도 직거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직거래는 그저 현학적이고 이상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서울광장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설맞이 한우 직거래장터 이미지 출처:노컷뉴스
농산물 직거래가 불가능한 이유는 대략 다섯가지 정도로 함축해 볼 수 있다.
첫번째, 농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소비자에게 팔아 그 댓가를 얻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대부분 산지유통인, 산지수집상, 밴더, 공판장, 경매인 등으로 불리는 중간상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생산자가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와 수익의 인과관계가 소비자가 아닌 이들 중간상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농민들이 스스로 이런 수익 구조를 깰 여력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확언할 수 있는 이유는 농민들은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기 때문이다. 농사꾼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중간상들과 거래할 때는 보통 몇마지기, 몇톤 단위로 목돈을 받는다.
하지만 소비자와 거래할 때는 몇박스, 몇그램 단위로 푼돈을 받는다. 물론 푼돈을 받고서도 꾸준히 많이 팔리면 운영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은 일대로 하고 손해만 볼 수 있다. 그리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뒤치닥거리를 일일이 해줘야 하고 농사 짓기도 바쁜데 신경쓸께 한두가지가 아니다. 농산물의 특성상 전문적인 판매 지식이나 경험 없이 단순 친환경 인증마크와 진정성으로 호소한다고 해결 될 문제도 아니다.
두번째, 그렇다고 중간상을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중간상들은 농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을 정도로 자신들이 취급하는 분야의 농산물에 대해선 전문가급 수준이며 산지의 기후나 토양의 상태, 농민들의 성격 등 자신들이 취급하는 농산물과 관련된 거의 모든 걸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장사꾼으로써 또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중계자로써 밭이나 농작물에 씨앗의 파종부터 수확 판매까지 모든 책임을지고 돈을 투자한다.
이들 역시 농산물이 폭락하면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는 것이며, 폭등하면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다. 리스크가 큰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이쪽 분야의 노하우나 자금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쉽게 덤벼들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만약 이들 중간상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소비자들은 우리 농산물을 먹지 못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한우를 놓고 봤을 때 만약 이들이 중간 과정에서 모두 사라지고 농민과 소비자만 남아서 서로 직거래가 이뤄지면 도시의 소비자는 아파트로 배달된 소를 거실에서 산채로 잡아 먹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른 농산물도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한우를 놓고 봤을 때 만약 이들이 중간 과정에서 모두 사라지고 농민과 소비자만 남아서 서로 직거래가 이뤄지면 도시의 소비자는 아파트로 배달된 소를 거실에서 산채로 잡아 먹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른 농산물도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마찬가지다.
세번째, 농협이나 지자체에서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대안이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각 농협, 축협, 수협, 지자체 별로 직거래 장터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점휴업상태이거나 예산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지역의 단위농협조합장 선거는 거의 미얀마나 콩고 수준으로 더럽고 추잡한 선거로 치뤄진다. 이렇게 어렵사리 당선된 조합장들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팔아 주고 앉아 있겠는가.
당장 눈에 띄고 돈 되는 공장 짓고 2차 3차 가공사업을 벌릴 것이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간 벤더들 몇명한테 물건 퍼주고 "올해 연도 매출이 얼마네!!" 지역 신문에 보도자료 뿌리는게 선출직으로 뽑힌 이들에겐 훨씬 합리적이고 옳은 선택이다.
당장 눈에 띄고 돈 되는 공장 짓고 2차 3차 가공사업을 벌릴 것이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간 벤더들 몇명한테 물건 퍼주고 "올해 연도 매출이 얼마네!!" 지역 신문에 보도자료 뿌리는게 선출직으로 뽑힌 이들에겐 훨씬 합리적이고 옳은 선택이다.
네번째, 그렇다면 이런 지역의 단위 농협이 아닌 그나마 직거래 형태처럼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생협이나 한살림, 농부로부터 등 친환경 유기농 매장이 직거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들은 이미 생산자의 브랜드보다 자신들 스스로를 전면에 내세우는 중앙공급형태의 유통이 되어있기 때문에 체인점이 늘어나고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하등 다를바 없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유통업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적인 예로 충북에서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A업체 한 곳에서 각기 다른 5~6개 친환경 유기농 매장에 이름만 바꿔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번째, 소비자들 역시 농민과 직접 직거래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방법에 익숙치 않으며 아직까지는 작은 단위까지 소분해서 파는 마트가 편리하다.
시장은 철저히 자본주의인데 우리 농촌은 사회주의와 비슷하다.
시장은 철저히 자본주의인데 우리 농촌은 사회주의와 비슷하다.
수십년간 농촌에 수혈되고 있는 그 몇푼 안되는 "용돈"이 우리 농촌의 경쟁력이 악화시켜왔다. 집앞에 우물을 하나 파더라도 몇십만원의 용돈이 나오고, 웹사이트를 만들더라도 몇백만씩 용돈이 나온다. 이런 용돈은 목적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용돈을 받는 것이 목적화되고 있다. 개인이나 마을에서 직거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올리면 십중팔구 또 용돈이 나올 것이다.
용돈경제로 돌아가는 우리 농촌은 비효율적이며 경쟁력은 약화되어 갈수록 늙고 지치고 처참하고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 되어가고 있다. 빠르면 10년 안에 무너질 우리 농촌의 지역 생태계를 살리는게 먼저다. 그 연후에 직거래라는 고급스러운 단어를 꺼내도 늦지 않다.
Posted by me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