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공익광고협의회의 광고를 봤다.
"이젠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동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당신과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출산은 내일의 휴먼뉴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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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인가 그때도 비슷한 광고가 있었다.
"늘 엄마를 도와드리는 착한 누구"
"비가 오면 아빠 우산부터 챙기는 아무개"
"우리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 모르셨겠죠?"
"아이는 미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뒷골이 살포시 땡겨온다. "아름다운 선물"이란 말은 일견 좋아보이지만 아이는 부모를 위한 "더더군다나 그들의 미래를 위한" 선물이 아니다. 자녀는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인격은 자산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가치있는 것은 부모의 인생을 윤택하게 해주는 자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걸 공익광고라고 하고 있다. 하긴 공익이라는 말을 뜯어보면 '공공의 이익'이니까. 부부들이 나라의 일꾼을 많이 낳아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게 공익일 순 있겠다.
하지만 엄청난 양육비와 사교육비를 잡아먹는 어린 식충이들이 사실 나라의 재산이 아니라 너희들의
재산이라고 에둘러대는 권유는 어린이들은 나라를 위한 미래의 병사이자 일꾼이라고 못밖는 히틀러식의 솔직한 애국주의보다 더
비겁하고 속물적이다.
아무도 안 넘어갈 최면술이 출산율 회복에 도움을 줄 거라는 발상의 한심함. 그리고 부모가 될만한 사람들에게 아이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부모를 위해 존재한다고 선전하는 천박한 속물자본주의.
언젠가 읽은 진중권의 글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라는 행정기관의 명칭을 비판한 대목이 생각난다. 교육이 교육받는
대상인 학생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적'자원'을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발상. 그리고 문화가, 문화의
주체자인 우리가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이라는 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밑천이라는 발상.
사회와 조직이라는 기계의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박정희식 교육과 부가가치 높은 고급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기 위한 교육이 본질적으로 뭐가 다를까? 인간이 물적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는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영어로 하면 useless. 사용(use)하기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본질적으로
사람에게 쓸 표현이 못 된다. 인간이 사는 목적은 쓰여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녀도 써먹으려고 키우는 게 아니다.
가끔은 공익광고를 보는 것 만으로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다.
Posted by me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