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해봤다.
병아리를 키우기 전 그러니까 병아리가 아직 계란속에 있을때.. 이미 누군가 그 병아리를 사준다고 한다면 앞으로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내야 하는 농부의 마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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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계약되서 사줄 사람들이 있으니 키우는 농민의 부담이 훨씬 적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해봤다.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혼자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 같다. 4~5개월 정도. 왕복 열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울을 부던히도 오고갔다.
처음 생각은 미국의 "공동체지원농업인 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공동체지원농업)"와 같은 형태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C.S.A의 최대 특징은 소비자가 농산물에 대한 값을 파종하기 전에 비용을 먼저 지급하는 것이다. 4인 가족분으로 연간 6백 달러 시세로 농산물의 내용이나 물량에 관계없이 대금은 똑같다. 만일 흉년이 들어 공급이 전혀 없어도 환불하지 않는다. 농민들 입장에선 환상이다.
미국 2만2천개 농장이 참여하고 0있는 C.S.A 프로그램
그러나 이건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값싸고, 맛있고, 안전한 식품을 요구하면서도 시장에서 콩나물 값 100원은 무던히 깍으면서 백화점에 몇십만원짜리 명품백을 지르는 국내 소비 형태로 봤을때도 그렇고, 또 농업에 'ㄴ' 자도 생각하지 않는 정부 정책이 시행되는 곳에선 골방속 철학자 같은 망상에 불과했다.
세계화와 개방화로 인한 철저한 시장경쟁원리와 효율화는 소농, 복합농 중심의 우리의 농업,농촌 구조를 단작 중심의 규모된 농업형태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 결과 농민들을 조선시대 말기의 대지주 밑에서 보리알이나 몇개 줏어먹는 빚쟁이 소작농으로 전락되어버렸다.
농사를 짓기 전 씨를 뿌리는 밭은 이미 농부의 것이 아니다. 산지 경매인들은 "밭떼기"를 통해 이미 그 밭을 매입해 놨기 때문이다. 그 밭에서 자라는 것은 효율화 규격화 되고 맛 없는 그저 생긴 것만 야채나 채소처럼 생긴 어떤 물건에 가깝다.
축산도 비슷하다. 이미 대형유통자본이 계약생산 제배 체제를 갖추고 단가에 맞춰 생산할 뿐 인간이 먹어야 되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닭이라면 병아리에서부터 100일 동안 키우고 출하를 하지만..
대형유통자본에서 키우는 닭은 철창에서 행여 움직이면 살이라도 빠질까봐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냥 밤낮 24시간 재우지 않고 줄창 싸구려 GMO 사료만 먹여댄다. 딱 28일이면 알에 부화한 병아리가 큰 닭이 된다. 어떤 닭들은 엉덩이와 가슴에 너무 살이쪄서 걷지도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만 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닭들은 바로 이런 항생제 성장촉진제가 범벅된 닭들이다.
- 하늘과 계란 4월11일 2580 취재 블로그 내용 참조
이 닭들이 30일 평생 햇빛을 볼때는 도살장에 끌려갈 때 단 한순뿐이다. 밀식 사육의 폐해
제대로 된 닭을 먹고 싶었다.
농민들이 잘 살고 소비자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꼰대 잔소리 같은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건 그냥 낭비다. 허울이며 판타지다.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다.
차라리 대형유통자본이 하는 것과 똑같긴 한데 그들과 다른 경로를 찾아보는 것이 빠르다. 미국의 C.S.A 같은 거창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하는 그대로 베끼다 보면 뭔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소비자들이 농산물 유통에 직접 개입하도록 만들어 준다면 나의 골방속 철학자 같은 망상이 현실화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때 소셜커머스가 나왔다.
소셜커머스는 태생적으로 공동구매 형태를 띤다. 그리고 엄청난 집객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연찮게 티켓몬스터(http://www.ticketmonster.co.kr) 창업자 5인중 한명인 '김동현 이사'는 내 블로그 구독자였고, 나 역시 그의 블로그 글을 읽고 있었다. 김동현 이사는 나의 이런 생각에 8살 어린아이처럼 굉장히 흥분했고 들떠했던 것 같다.
김동현 이사를 만나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설명할 참이었다. " 소셜커머스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직거래 유통구조를 만들어줘야 하고, 유통, 마케팅, CS 비용 등을 줄여 서로 상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셜커머스가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판단된 바 뭔가 새로운 유통 방법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여러가지 대안이 있겠으나 그 중 한가지 대안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어지는 농산물을 매개로 한 '소셜커머스 C.S.A 운동' 같은 유통을 해보면 어떻겠는가?"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허나 티몬 이사 자리가 고스톱쳐서 딴 자리는 아닌듯 싶다. 김동현 이사는 대략 이런 내용들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티켓몬스터 창업자들 모두 세상을 바꿀 뭔가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을 찾고있다고 했다.
그 즉시, 일은 진행되기 시작했다.
티켓몬스터 TV 광고
일이 진행되었다.
진행 방법은 간단했다. 소비자들은 '티켓몬스터'라는 소셜커머스를 이용해 '하늘과 계란' 이라는 남쪽 서해안 어느 산자락에 위치한 농장에서 키울 병아리 5천마리를 미리 구매한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5천마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정상적인 사육방법으로 초복전까지 약 100일을 키우게 된다. 물론, 키우는 과정은 이 농장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 되고, 아무때나 불쑥 찾아와 어떻게 키우는지 봐도 된다. 농장은 늘 개방되어 있다.
가격 부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 농부들이 유통업자들에게 휘둘리는 가장 첫번째 이유는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닭 5천마리를 키웠는데 2천마리 밖에 못팔았다면 3천마리는 덤핑을 하거나 땅에 파묻거나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예측이 안되면 엄청난 손해를 봐야 한다.
소셜커머스의 공동구매는 수요예측이 가능하다. 딱 그만큼만 키우면 되기 때문에 비용를 맞춰볼 수가 있고, 부자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농부에게 그만큼 이익으로 돌아간다. 25%정도는 수요예측비용으로 부담할 수 있다. 그리고 5%정도는 마케팅비용으로 사용해 볼 여지도 있다.
하늘과 계란 농장 전경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바꿀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산지 농축수산물은 대형유통자본에 많은 부분 종속되어 있다. 그들은 늘 '갑'이었고, 생산자는 '을'이나 '병'이었다. '을'은 가격 협상권을 갑에게 내줘야 하고, 갑에게 빚을 져야 하며 갑은 하청업체로 전락되고, 과정은 무시되며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한다.
만약, 소비자와 생산자가 '갑'과 '갑'이라는 동등한 관계에서 만나다면 생산자는 "우리가 이렇게 키웠고, 이런 좋은 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된다" 라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으며 가격 협상도 가능하며 빚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먹거리를 생산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소비자들 역시 생산자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던져줌으로써 생산물의 질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식의 시작으로 30년 넘게 고착화 되어온 농산물 유통 구조를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 말로만 직거래가 아닌 실제적인 직거래를 통해 가격은 낮아질 것이고, 질은 엄청나게 올라갈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소셜 커머스(온라인)와 농산물 유통의 혁명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오늘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티몬 판매페이지 >> http://ticketmonster.co.kr/deal/?p_no=2890
Posted by me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