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속에서 굴비는 곤욕을 치른다.
가 집게로 뒤집어지고 배때기가 갈리며 속살을 드러내는 수모를 겪는다.
100% 국내산 굴비! 영광 법성포에서 건너왔다는 21~23㎝ 크기의 이 명품 굴비는 실은 중국 연안이 고향일지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물속에 국경이 있는건 아니다.
굴비는 밥상위로 올라가 해피패밀리와 조우한다. 명절전에는 한복패밀리이기도 하다. 굴비를 먹어 기쁜 이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와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와 손녀의 표정은 행복이 넘쳐난다. 경쾌한 리듬의 배경음악, 신토불이 배일호가 부르는 트롯트 멜로디가 흐르고 그들의 입모양새는
작위로 넘쳐난다. 굴비구이, 굴비매운탕, 굴비찜까지 이들 "편식 패밀리"는 굴비를 먹어 행복하다.
손자손녀는 이런 행복한 가정이 있어 행복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입안에 굴비를 뼈를 발라 넣어주느라 행복하다. 아들은 아들 나름대로 해피패밀리의 가장이라 행복하다. 화면속 죽은 굴비눈은 처량하다.
이어 등장한 한우의 곤욕도 못지 않다.
사골, 갈비뼈, 등뼈, 목뼈 1㎏씩이 사이좋게 나란히 썰려 있다. 100% 한우보신세트.. 모니터 옆으로
"시중 한우값
상승"이라는 한우빛깔의 경고성 그래픽이 깜빡깜빡 거린다.
"이거 한우 맞나요?" "네 진짜 맞습니다!" 호스트들의 강한긍정이
이어진다. 그러나 어느덧 한국 사회는 강한긍정이 강한부정을 낳는 구조적 모순속에 놓여 있다.
엄앵란이
"가격에 놀랐느냐"고 묻더니
"맛을 보면 더 놀랄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광고시장에서 엄앵란의
건재가 놀랍다. 또다시 해피패밀리의 숨겨진 가족들이 등장했다. 국그릇을 들고 한우사골 국물을 호호 불어대며 먹어 대는 이들은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와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와 손녀이다. 이들 또한 100% 한우사골 국물이 있어 행복하다.
이들은 얼굴에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국물을 먹느라 또 행복하다. 또한 맛있게 먹느라 행복한 홈쇼핑 호스트는 채식주의자다.
쇼핑업계에서 설 명절 대목은 굴비와 한우, 그리고 인간 모두가 곤욕을 치루는 날이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