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라쿠텐의 1포인트는 1엔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14원 정도)
레시피를 만들어 올리면 50포인트를 얻게 되고 만약 이렇게 올린 레시피가 인기를 끌어 수백명이 추천를 해준다면 쉽게 몇 십만원도 벌 수 있다. 포인트를 이용한 이런 매력적인 구조와 7천만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거대한 플랫폼이기도 한 라쿠텐.
이런 라쿠텐이 레시피(
http://recipe.rakuten.co.jp/) 사업에 진출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존 사업자들은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꼈으며 .. 어느 누구나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 처럼 손쉽게 이쪽 시장을 평정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리고 라쿠텐이 이쪽 시장을 진출하면서 분명 희생양을 필요로 할 것이고, 그 희생양으로 기존 레시피 서비스 시장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었던 쿡패드(
http://cookpad.com/)가 될 거라고 모두들 예상했다.
하지만 1년 후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1년이 지난 지금 '라쿠텐 레시피'는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 하고 있는 반면 '쿡패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해나가고 있다. 특히 유료 회원이 늘어 2011년 4분기 5억 4200만엔(약 76억원)가까운 매출을 올렸으며 60만명 유료회원 확보라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인터넷 사업의 가장 보편적인 광고 마케팅 사업 수익보다 유료 회원을 통한 매출 비중이 더 높을 정도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Attention(노출) 보다 Engagement(관계, 유대, 참여)에 의해 수익이 발생 된다는 점이다.
골리앗 ‘라쿠텐 레시피’는 왜 ‘쿡패드’를 이길 수 없는가?
'라쿠텐 레시피'가 '쿡패드'를 이길 수 없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SEO에서의 차이였다. 쿡패드는 라쿠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나름 웹상에선 레시피의 숫자와 역사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검색 순위에서 '라쿠텐 레시피'보다 항상 우위에 섰다. (일본은 구글이나 야후를 주로 검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검색 자리를 광고로 사는 비중이 낮음. 그래서 광고보다 SEO검색 최적화가 중요함)
그래도 1년 전 '라쿠텐 레시피'가 선전포고를 하고 나왔을 때 쿡패드를 쉽게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들 예상했던 이유는 ‘라쿠텐 포인트’ 정책이었다. 라쿠텐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환금성 포인트는 무엇보다 레시피를 올리고 추천 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발생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 7,000만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회원을 바탕으로 금전적인 동기 부여를 받고 라쿠텐 레시피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쿡패드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게 모두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라쿠텐 레시피는 쿡패드를 따라잡기는 커녕 사업의 존폐마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흥미로운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인간의 동기 부여는 과연 무엇 때문에 이뤄지는가?’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즐거운 일을 지루한 일로 바꿔 버린 인센티브 정책
원래 레시피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나름 창의력도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까?’. ‘설탕을 조금만 넣어볼까?’. ‘소금 대신 간장을 넣어 볼까?’. ‘이렇게 하면 신맛이 더 강해질거야?’ 등.. 이 요리를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이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 된다.
이렇게 고민하고 즐겁고 힘들게 만든 레시피를 쿡패드에 올리면 이 레시피를 본 사람들은 ‘똑같이 만들어 봤는데 역시 00님의 레시피는 실패하지 않아요!“, ”소금 대신 간장을 넣어서 그런지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요!“, 00님의 레시피는 언제나 맛있어요” 와 같은 피드백을 주고 반응을 보여준다.
비로소 레시피를 만들면서 들였던 정성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행동 경제학자의 말을 빌리면 사회 규범에 따라 사회적 인센티브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라쿠텐 레시피는 ‘라쿠텐 슈퍼 포인트’라는 시장 규범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레시피를 올리면 50포인트를 적립, 평가를 하면 10포인트 적립, 레시피를 올리고 평가를 받았으니 다시 10포인트 적립,“ 을 한다.
전날 장모님이 사위가 온다고 씨암닭도 잡고 불고기도 하고 잡채도 하면서 열심히 정성껏 따뜻한 밥상을 차려줬는데 식사를 마치고 사위가 한다는 소리가 “장모님 여기 얼마에요? 계산할께요”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수치나 결과로 나타난 건 없지만 외부에서 주는 인센티브의 부정적인 영향은 긍정적인 영향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톰 소여의 페인트 칠하기' 인센티브 정책
쿡패드와 라쿠텐 레시피의 인센티브 정책은 "톰 소여의 페인트" 에피소드와 비슷한데가 많다.
톰 소여가 어떤 벌을 받아 울타리에 페인트 칠하는데 명령된다.
톰은 페인트 칠하는게 싫었지만 일부러 무척 신나고 쾌활하게 작업한다.
그러자 친구가 와서 "나도 페인트 칠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말한다.
톰은 마지못한 척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받고, 페인트 칠을 친구에게 넘긴다.
톰은 하기 싫은 페인트 칠을 넘겼을 뿐만 아니라, 장난감까지 얻었다.
톰의 친구들 또한 평소 해보지 못한 페인트 칠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톰 소여의 페인트 에피소드는 사회적 규범의 인센티브와 시장 규범의 인센티브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라쿠텐 레시피 웹 사이트를 보면 톰 소여가 벌을 받아 억지로 페이트 칠을 하는 느낌처럼 보인다. 실제로 모든 요리 순서를 무시하고 사진 한 장만 성의 없이 올린 레시피가 많다. 레시피를 올리는 목적이 오로지 포인트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요리라는 주제를 놓고 재미나 흥미 그리고 창의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포인트를 얼마나 적립 하느냐 마느냐 하는 사람들과 그걸 추천해서 포인트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단기간에 집객력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참여와 실질적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굳이 써야 할 이유도 없는 이런 얘기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즈니스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 이런 인센티브 정책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쇼핑몰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 정책을 사용하기 전 과연 얼마나 ‘인간의 동기 부여는 과연 무엇 때문에 이뤄지는가?’라는 깊은 물음에 한번쯤 생각을 해보았는가! 그리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요구되는 쇼핑몰에서 취해야 할 행동과 포지션은 무엇인가! 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